[천자 칼럼] '韓베리아'와 블로킹 한파

입력 2021-01-10 18:18   수정 2021-01-11 12:55

강원 춘천의 구곡폭포가 통째로 얼어붙었다. 높이 50m의 물줄기가 거대한 빙벽 같다. 지난달 29일부터 13일째 이어진 한파특보에 산간지역은 영하 30도까지 곤두박질쳤다. 서울도 지난 주말 최저기온이 영하 18.6도로, 러시아 모스크바(영하 5도)보다 낮았다. 제주마저 첫 한파 경보(최저기온 영하 15도 이하)에 갇혔으니 ‘한(韓)베리아(한국+시베리아)’라는 말이 실감난다.

기상 전문가들은 이번 한파의 원인을 ‘북극진동’과 ‘우랄 블로킹’으로 설명한다. 북극진동은 북극의 찬 공기 소용돌이가 주기적으로 강약을 되풀이하는 현상이다. 북극을 둘러싸고 있는 제트기류가 약해져 남쪽으로 내려오면 저위도 지역에 혹한이 발생한다. 이때 북극 기온은 상대적으로 높아져 모스크바가 서울보다 따뜻한 기현상이 나타난다.

우랄 블로킹이란 시베리아의 우랄산맥 서쪽에 형성되는 거대한 공기의 벽을 가리킨다. 여기에 막힌 찬 공기가 동아시아 지역으로 밀려 내려와 한파를 유발한다. 찬 공기가 우리나라를 지나 동쪽으로 흘러가지 못하고 베링해 쪽의 또 다른 벽에 막히면 이번 같은 한파에 꼼짝없이 갇히고 만다.

찬 공기의 중심축이 어디인가에 따라 한파 지역이 달라지기도 한다. 2019년 1월 미국에 닥친 한파가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중북부 미네소타의 최저기온이 영하 44.4도까지 떨어져 사망자가 속출했다. 북극진동과 블로킹 현상은 겨울뿐 아니라 여름 이상기후도 불러온다. 지난해 6월 전국 평균기온 역대 1위에 장마까지 최장기간 이어진 게 모두 북극발(發) 기류 변화 때문이다.

지구의 긴 역사를 돌아보면 날씨 변화는 무쌍하다. 몇십 년 단위만 끊어서 보면 큰 그림을 보기 어렵다. 그린란드와 남극 빙하 관찰 결과 지구 기후가 1500여 년 주기로 변동한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니 눈앞의 날씨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오죽하면 기후가 변덕스러운 영국에서 “나쁜 날씨란 없다. 서로 다른 좋은 날씨가 있을 뿐이다”고 했을까.

새해 벽두부터 전국을 꽁꽁 얼게 만든 ‘냉동고 추위’가 내일 오후부터는 차츰 풀린다고 한다. ‘얼음장 밑에서도/고기는 헤엄을 치고/눈보라 속에서도/매화는 꽃망울을 튼다’(문병란 시 ‘희망가’)는 시구처럼 때로는 혹한의 시련이 우리를 단련시키기도 한다. 마늘의 매서운 향기도 빙점에서 맺힌다고 했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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